오키나와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역시 나하시의 국제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객지에 나가면 그 곳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자전거를 타고난 뒤 먹는 음식은 더욱 맛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자전거를 타고 현지 음식과 함께 반주를 곁들이니 정말 독특하고 기분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국제거리 구경을 하다 들어간 곳은 무슨무슨 수산시장이라는 간판을 단 이자카야. 와라와라나 와타미 같은 일본 본섬의 유명 이자카야 체인과 비슷하게 크고 깔끔하면서도 오키나와 특산요리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흥겨웠던 가게였습니다.
일본의 술집에는 '오토오시'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오토오시란 자리에 앉으면 인원수에 맞게 먼저 내오는 전채요리인데 이게 거저 주는 게 아니라 250엔이나 300엔 등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최소매상이라 할 수 있는 자릿세 개념이죠. 안 땡기면 물를 수도 있지만 다시마와 무우말랭이를 무친 오키나와의 건강식이 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먹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생산되는 대표브랜드 오리온맥주. 생맥주로 하나 마셨는데 시원한 맛은 있지만 역시 따뜻한 지방이라 깊은 맛은 아니네요.
이름이 아마 구루쿤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잡히는 물고기 중 가장 맛있는 어종 중 하나라고 하여 주문한 생선회. 도미와 비슷한 맛인데 기름은 배어있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강추할 정도는 아닌 듯.
요거는 이름이 이라부챠라는 물고기입니다. 생긴 것만 봐서는 도통 사람이 먹을 수 있나 의문이 들 정도인데 막상 맛을 보면 생각보다 훌륭합니다. 쥐치회를 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오키나와의 명물주입니다. 아와모리(泡盛)라는 이름의 이 술은 쌀을 발효시켜 만든 증류주인데 도수는 30도에 달해 본섬의 술들과는 차원이 다른 화끈함을 보여줍니다. (술 하나만 놓고 봐도 역시 오키나와는 일본 문화권이 아니라는) 아와모리는 너무나 많은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마신 술은 타라가와의 제품이죠. 국제거리엔 아와모리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큰 점포가 여럿 있습니다. 맛은 마치 밥을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을 때의 느낌이 함께 하는 깊은 맛이었습니다. 매우 훌륭하다는 느낌이 드는 술이네요.
언더락으로도 몇 잔 마셨지만 평소 취향대로 스트레이트로 더 많이 마셨네요.
족발입니다. 장시간 삶아 흐물흐물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요리였습니다.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한 오키나와의 간판 음식이죠. 술안주로 그만이었습니다.
고등어 구이는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맛이군요. 차이가 있다면 양념소스 정도. 굳이 오키나와까지 가서 주문할 필요는 없는 듯 하군요. 그냥 싼맛에 주문.
자전거도 타고 맛난 음식도 실컷 먹고 활활 불태운 날. 내일의 죠 옆에서 사이 좋게 사진 한 방.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뽀글이'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라면 봉지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잠시 기다렸다 먹는 봉지라면의 컵라면화인데 솔직히 사회에서 일부러 해먹을만한 음식은 아니죠.
특훈의 현장에서 중간 휴식 타임에 허기진 배를 채우고자 들른 월드컵공원 편의점에 '뽀글면'이라는 메뉴가 있어 호기심에 먹어봤습니다. 처음엔 컵라면이나 하나 먹자고 들어간건데 값도 몇백원 차이 안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선택했었네요.
포스터를 보니 중견기업에서 만든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충무로 인쇄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걸려 만든 시안을 그대로 프린트한 듯한 디자인. "세계 최초 끓인 라면 자동 판매기"는 좀 과장입니다. 수동 판매기라면 모를까, 세계 최초도 근거가 없고.
요거 한 봉지가 2천원입니다. 물론 이 가격에는 조리에 필요한 도구 사용료가 포함되어 있죠. 김밥헤븐에서 파는 라면도 3천원이 넘고 스키장 라면 값은 넘사벽이니 일단 가격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자, 그럼 "세계 최초 끓인 라면 자동 판매기"의 사용과정을 보죠. 일단 봉지를 개봉해 1회용 은박 그릇에 면을 담고 분말 스프 봉지를 뜯어 면 위에 뿌립니다.
요렇게 된 상태에서 전용 조리대에 올려 놓습니다.
시작 버튼을 누르면 물이 나오고 가열이 시작됩니다.
옆 사로도 이용 가능하므로 두 개를 동시 조리할 수 있습니다. 근데 쿠커가 아닌 쿠키는 좀 난감하군요. 계란인지 물방울인지 콘헤드인지 포스트모던한 캐릭터까지. 전반적인 디자인 센스는 좀 난감합니다. '라면쿠키' 하단에 있는 LED로는 조리시간이 표시되는데 약 4분이 걸리네요. 준비하고 그런 과정 포함하면 약 5~6분이면 끓인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 컵라면과 별 차이 없죠?
옆사로에도 뽀글면 1개 추가.
끓기 시작합니다.
3분이 넘어가면 아주 펄펄 끓어오르지만 옆으로 넘치진 않습니다. 나름 잘 만들었네요. 만드신 분은 메이저업계에서 활약하시진 않더라도 동네에서 순돌이아빠와 맥가이버 등의 별명으로 명성을 날리셨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조리 종료. 더 퍼진 면이나 꼬들면의 선택도 가능해 보이는군요.
실외로 가져나와 취식을 해봤는데, 기대 이상입니다. 2천원 내고 먹는 데에 있어 조금도 아깝지 않은 맛. 면이 약간 쫄면스러운 찐득함이 있긴 하지만 뭐 그건 개인 취향이고 전반적으로 용기면을 사먹느니 이걸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듯 합니다. 업소에서는 단무지도 기본 제공하니 꼬마김치를 별도 구매해 먹는 용기면에 비해 어느 하나 뒤지는 구석이 없군요.
특훈의 현장이 뜨거웠기에 더더욱 맛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부러 이걸 먹으러 갈 일은 없겠지만 다음에 또 월드컵 공원을 간다면 다시 찾을 의사는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단, 실외에서 먹어야 하므로 한여름에는 좀 힘들 수도 있겠으니 참조하시길.
여의도에 벨기에 사람이 만드는 와플이 있다 하여 털러 갔습니다. 오늘 함께 할 자전거는 와이프의 것을 슬쩍 갖고 나온 삼천리 그라스호퍼. 먹벙에는 요 친구와 함께 하려구요.
요집도 여의도에서 꽤 유명한 메밀국수(자루소바)집이지요. 레드존 님께서 알려주신 이후로 종종 냉메밀이 생각나면 찾는 집입니다. 우동과 냉면은 구색메뉴라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을 이유는 없구요. 헌데 가격표를 보니 메밀국수 가격이 또 올라 6천원이네요. 좀 비싸단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군요.
바깥에 자전거를 주차시킨 뒤 건물 내부로 들어갑니다.
바로 보이는 이 간판. 벨지언 와플!! 와플은 예전에는 길거리 노점에서 냄비뚜껑만하게 구워 팔던 간식이었는데 최근 들어 홍대앞이나 신사동, 압구정동, 분당 정자동 등지에서 고급화된 메뉴로 판매되고 있는 음식입니다.
글꼴부터가 어딘지 벨기에스럽습니다. 저 안에 보이는 분이 벨기에에서 오신 쉐프오너.
진열대 안엔 포장판매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구워 놓은 와플들이 있지만 바로 먹을 소량은 즉시 구운 것을 꺼내 주네요.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있는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의 모형을 위시하여 국기 등 벨지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계시군요.
와플을 굽고 계신 셰프오너. 체격이 아주 좋으시군요. 와플값 안내고 가면 안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 플레인 와플은 1,800원, 아이스크림 와플은 3,000원입니다. 카페골목에서 1만원 넘는 와플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눈이 확 꽂힐 가격입니다.
사진을 찍으니 셰프가 실내로 들어오라고 그러네요.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겠죠. 반죽도 직접 하냐고 하니 그렇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참고로 노점상 와플이나 붕어빵, 호떡 반죽들은 99% 직접하지 않습니다. 휴대폰으로 전화 한 통 때리면 어디선가 봉고차로 가져와 내려다 놓는 걸 사용하죠. 떡볶이, 오뎅, 닭꼬치 등등등도 마찬가지.) 숙성시킨 반죽은 적당한 크기로 떼어져 있네요.
요렇게 구워내면서 현장 취식 손님들에게는 바로 주고 포장 손님들 것은 적당히 식혀 눅눅해지지 않게 하네요.
드디어 손에 쥐게 된 벨지언 와플입니다. 저는 플레인을 선택했습니다. 모름지기 새로 가게 된 곳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먼저 맛보는 게 좋죠.
요것은 다른 일행이 선택한 아이스크림 와플. 갓 구운 와플 위에 아이스크림과 시럽으로 장식을 해놓았네요. 유지방은 없는 샤베트 비슷한 아이스크림으로 고기부페 같은 데 통으로 갖다 놓고 알아서들 떠먹으라는 제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스크림만 좀 더 고급형이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하지만 3천냥 주고 사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는 단연 만렙수준이죠?
플레인 와플을 한 입 뜯어 무니 겉은 바삭바삭 달콤하고 속은 갓구운 빵의 따뜻하고 촉촉한 부드러움이 전해집니다. 길거리 냄비뚜껑 와플은 좀 붕어빵 껍데기와 부라보콘 껍데기스러운 맛이 나는 반면 이집 와플은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빵집의 맛이 나는군요. 개인적으론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여의도 벨기에 와플은 이것만 맛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가긴 조금 그렇지만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한다거나 지나가다 들를 수 있는 곳이라면 한 번 가보는 데에 있어 후회가 없을 곳으로 생각됩니다. 착한 가격과 정직한 맛이 무척이나 만족스런 기분을 전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