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중 일부러 이곳에 동선을 맞춰 계획했을 정도로 꼭 가보고 싶었던 식당이었는데 막상 눈 앞에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키시모토쇼쿠토, 손으로 반죽한 국수로 100년이 넘은 관록을 쌓아 온 식당이다. 원래는 줄을 서서 먹는 곳이지만 시간을 아껴야 하는 관계로 오후 4시 경 사람이 없을 때 찾아갔다. 보통은 5시면 문을 닫는다고.

실내에 들어가니 오래 된 식당의 정겨운 모습이 펼쳐진다. 테이블 4개와 앉아서 먹는 상 두어 개 남짓이 전부인 작은 규모의 식당. 이런 식당이 오래 유지되는 일을 보는 건 언제나 좋은 기분을 선사한다.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 장사가 잘되면 규모를 넓히고 맛이 망가지거나, 작은 규모로 시작했다 그냥 망하는 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음식점 대부분의 흥망성사이기 때문에…

벽에 걸린 사진이나 친필 서명 등이 이 가게의 매스컴 노출과 유명세를 짐작케 하지만 아주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골목 식당가 50m만 걸어가도 무슨 특공대 출연 맛집이니, 대결 어쩌고 출연 식당을 크게 걸어 놓은 집이 여럿 있지 않은가.

업체에서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손수 제작해서 좌우 정렬까지 신경 써서 맞춘 모습에서 작고 허름한 식당이지만 깔끔한 인상. 하나하나 찬찬히 보는 것도 나름 재밌다.

메뉴는 소바 큰 사이즈와 작은 사이즈, 그리고 쥬시라는 오키나와 특산 볶음밥이 전부이다. 그러니까 사실상 구색메뉴인 쥬시를 제외하면 오카나와 소바 하나로만 승부를 보는 가게.

이것이 주문한 오키나와 소바 대짜. 보기만 해도 박진감이 팍팍 느껴지는 음식이다. 오키나와 소바에 사용되는 면은 우리나라의 칼국수면과 일맥상통하는 게 많다. 일본 본섬의 우동이 탱탱하게 탄력이 있는 편이라면 오키나와 소바의 면은 툭툭 끊어지는 느낌. 그리고 가츠오 육수에 큼지막하게 썰은 돼지고기 삼겹살 조림과 어묵(가마보코) 고명이 투박하면서도 유서 깊은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일본에서도 독특한 지역 음식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대중적인 입맛은 아닐 터인데 정말 내 입맛엔 아주 맛있었다. 이런 가게가 국내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돼지고기의 육질 자체가 굉장히 훌륭해서 지방 부위를 씹는 데에도 고소함만 있을 뿐 아무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량 사육하는 기업형 축사에선 얻기 힘든 육질의 고기에 조림 양념도 우리나라 입맛에 착착 맞을 듯.

둘이 들어가 큰 거 하나만 주문해도 그런대로 아쉽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고 맛도 일품인 식당이었다. 약간 염도가 높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는데, 김치류를 곁들여 다대기나 양념장을 풀어 넣어 먹는 국내 면음식을 생각해보면 결과적인 염도는 비슷해 보인다. 또 날씨가 더운 지역이다 보니 땀으로 손실되는 염분을 보충하기 위함도 있을 듯 하다.
간단한 국수이지만 단백질-지방-탄수화물 비율이 잘 맞춰진 훌륭한 건강음식이 아닐까 한다. 오키나와에 가면 시간을 내서 꼭 먹어 볼 가치가 있는 음식이라 생각된다. 이곳 말고도 오키나와 소바로 유명한 집들이 여럿 있으므로 편한 곳을 선택하면 될 듯.
Posted by sharky
